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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Z 이야기

NetZ 이야기 – 8. 그 후

by 글쓰는 프로그래머 2010. 11. 7.

그 후


그 후, 혼자서 NetZ에 매달렸다. InfoStick이라는 이름이 처음에도 맘에 들지 않았던 터라 이름을 다시 Mesticker라고 바꿨다. 꾸준히 새벽녘에까지 프로그램을 짰다. 조금만 고치던 프로그램이 덩치가 커지니까 손대기가 너무 복잡해져서, 소위 말하는 refactoring도 했다. refactoring하는 데만 두어 달을 그냥 까먹었다.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광고를 담아서 다만 얼마라도 매출을 일으켜 보고 싶었지만 – 돈을 받고 판다면 아무도 사지는 않을 거 같았다 – 그 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돈을 벌어보고 싶다기 보다는 그저 내가 이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보수 해야 하는 뭔가 뚜렷한 의미를 찾고 싶었다. 유사한 프로그램에 묻혀, 그리고 포탈, 메신저들의 정말 수많은 기능에 묻혀 NetZ라는 프로그램은 존재의 의미조차 희미해 지는 거 같았다.

NetZ에 대한 업그레이드도 꾸준히 하지는 못했다. 한 1년 동안은 전혀 손을 대지 못했다. 일에 치여 살다 보니, 그 보다는 NetZ에 대한 나의 열정이 식었음인지 언제부터인가 손을 대지 않더니 결국 1년여의 시간을 아주 까맣게 있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회사에서 NetZ를 쓰고 있는 분을 봤다. 너무 너무 반가왔다. 아직도 내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아직도 NetZ가 유용한가?

'제가 이 프로그램 개발자예요. 제 프로그램을 써 주셔서 너무 반갑네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다시 시작해 볼까? 왠지 용기가 나는 것도 같았고, NetZ를 좀더 키워보고 싶다는 의욕도 생겼다. 책상서랍에서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 바라보듯, 본 적이 한참이나 된 소스코드를 열어 다시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하기 시작했다. 디자인도 이쁘게 하고 홈페이지도 개편하고 정말 할 일이 많았다. 그래, 이왕 업그레이드 하는 거 좀 폼나게 업그레이드 하고 싶었다. 프로그램을 조금씩 수정해서 배포하면서 Major 업그레이드를 준비했다.

프로그램에 다시 손을 대기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났을 무렵, 모 포탈사이트에서 개인 홈페이지의 Page View를 통해서 순위를 매기는 이벤트를 한적이 있었다. 나도 NetZ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이벤트에 참가했는 데 결과라는 게 그다지 좋지는 못했다.

어느 새벽녘, 프로그램을 짜다가, 우연히 바로 앞 순위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는 데, 왠 고등학생이 만든 온갖 잡다한 링크들로 가득 찬 Warez 사이트였다.

한참 동안이나 아주 한참 동안이나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물었다.

'난 뭘 하고 있는 거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가 타 들어가는 것도 몰랐다.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새벽 3시가 넘어가고 있는 이 시간에 난 뭘 하고 있는 건지? 갑자기 맥이 풀렸다. NetZ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있었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이 프로그램이 내게 주었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힘들구나. 그래 이젠 접어야겠다. 더 이상 이 프로그램을 가꿔 나가는 게 의미가 없는 거 같았다.

2003년 어느 가을 새벽녘, 컴퓨터를 껐다.

 

 

후기


NetZ를 처음 개발을 시작했던 게 98년 초였으니까 12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중간에 공백도 있었지만 NetZ라는 프로그램에 매달렸던 시간이 6년이었다. 비록 NetZ가 다른 프로그램들처럼 사업화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NetZ를 통해서 기술적으로나 그 외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NetZ를 개발할 수 있었음이, 나의 프로그래머 인생에 있어 크나큰 영광이었다.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지만 NetZ를 사용해 주셨던 분들에게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 말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