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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Z 이야기

NetZ 이야기 – 3. 프로그램의 가치

by 글쓰는 프로그래머 2010. 11. 7.

프로그램의 가치


프로그램 소스를 보내라는 얘기를 무시하고 1주일인가를 버텼더니 서울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왜 소스를 안 보내냐고.

"제가 회사에 속해 있긴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제가 개인적으로 만든 건데 프로그램의 저작권이라는 것이 회사 소유라는 게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아서요."

"그럼 어쩌면 좋겠어요?"

"만약 프로그램을 회사차원에서 쓰고자 하신다면 제게서 프로그램을 사 주세요"

전화기 넘어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이 보이는 듯 했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얘기가 좀 오래 계속 되었다.

결국엔 프로그램을 얼마로 생각하느냐? 란 질문에

"그건 생각하고서 다시 말씀 드리죠"

라는 답변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프로그램 대가에 대해서 고민을 시작했다.

지금은 FP로 많이 측정을 하고는 하지만 그때는 프로그램 라인수로 측정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프로그램 라인 수를 헤아렸다. 모듈이 몇 개, 라인수가 몇 개 이리 저리 계산을 해보니 2억인가? 내 프로그램은 통신용 프로그램이고 뭐~ 이러 저런 가중치를 하니 …… 여하튼 내가 상상치도 못한 금액이 나왔다. '다 받을 생각은 없어. 디스카운트 해서 반의 반만 받아도 좋겠다.' 라고 생각 했다. 

 평가의 근거
  - 월간지(HowPC, PC사랑) : 2회 게재(250만원 X 2)
  - 주간지(TincBell) : 1회 게재(50만원)
  - 개발 STEP 수 : 15,000스템(2억1900만원)  근거 : 정통부 고시 제1997-57호
  - 천리안, K-BENCH, 소프트플라자, 마이폴더 등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 ★ ★ ★ ★ 등급 평가
  - 사용자수 : 1일 평균 3,500 명, 주간 10,000명
 평가금액 : 2억 2,450만원 +α

그 때는 한참 인터넷 바람이 불던 때라 인터넷 사이트의 사용자수를 기준으로 해서 회사가 팔리고 했다. 하늘사랑이란 사이트가 한컴에 사용자당 1만원에 계산되어서 몇 백억에 팔린다 뭐 그런 뉴스가 나돌던 시기였다. 사용자당 천원씩해서 한달 사용자수가 5만명 정도니까.. 그래도 5천이구나. 그래 5천만원은 받아야지 ㅎㅎ

그런 수치를 계산하고서 밤에 잠을 재대로 이루질 못했다. 3년 연봉 정도가 되었다.

며칠을 그렇게 프로그램 대가에 대해서 생각한 후에 2억인가를 불러서 메일을 썼다.

2억정도의 가치는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혀 회신이 없었다. 너무 비싸게 불렀나? 깎아줄 마음도 있는데.

한참 DW 프로젝트를 할 때였는 데 서버가 장애가 났다. DB서버가 장애가 나서 몇날 며칠을 DB복구하고 DATA를 새로이 로딩한다고 보냈다.

8월말 서울로 한번 올라오라는 전화가 왔다.

팀장님도 마침 무슨 회의가 있고 해서 함께 올라갔다.

정말 오래간만에 서울로 가는 길이었다.

나보다 10살 많았던 우리팀장님. 나 때문에 고민 많으셨다. 본사에서 이런저런 얘기로 설득을 해보라는 얘기가 있었던 듯 했다. 아… 지금 내가 그때의 팀장님보다 나이가 더 들었구나. 잘 지내시려나? 얼굴 뵌 지 10년이 되었구나. 사슴목장이 꿈이셨는데 ㅎㅎ

본사에 올라가 기획팀장을 만나서 이런 저런, 그러니까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느냐? 뭐 그런 영양가 없는 얘기를 잠시하고 기획팀 대리를 만났다. 나랑 전화 통화를 했던 싸가지 없다고 생각한 그 대리였다.

무슨 개선방안이란 걸, 대리 밑의 사원한테 만들게 시켜서 가지고 왔는 데, 현재의 NetZ버전으로는 경쟁력이 없으니 프로그램 소스를 넘겨주면 이러저러한 것을 회사 연구소에서 만들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개선방안이란 한 20개 남짓했는 데, 내가 잠시 보고서

"리눅스로 만들자고 쓰셨네요. 우리 회사 직원 1,500명중에 Linux를 데스크탑 OS로 쓰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있나요?"

없지 뭐. 지금도 거의 없는데 그 시절에? ㅋㅋ

"그 밑에 Push 기술이라는 것을 쓰셨는 데 Push기술을 쓰게 되면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실 거 구요. 저 또한 그 기술을 모르는 게 아니지만 유지보수 비용도 많이 들게 되고 신문사에서 뉴스 정보 사오려면 그 컨텐츠 비용이 얼마나 비싼지도 아시지요? 사업을 비용 많이 드는 구조로 만드는 것은 옳지 않은 듯 한데요 어쩌자고 이런 구성을 그리세요?"

"그 밑에는 ~ 를 쓰셨네요……"

한 30분을 얘기했던 거 같다. 개선방안이라고 가져온 게 하나도 개선이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 줬다.

대리가 한참 듣더니,

"저녁 식사하러 가시죠. 개선방안은 좀더 연구해서 말씀드리죠…"

어설픈 지식으로 함부로 남의 프로그램을 갖고 깝죽거려선 안 된다. 프로그램을 그렇게 설계하고 만들 때는 다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설픈 지식으로 남의 작품에 엉뚱한 소리를 하다가, 나 같은 놈한테 걸리면 죽음이다.

회의실을 마치고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대학원 마치셨지요?"

"학부졸업인데요"

"아 예……"

그 개선방안이란 걸 갖고 나를 설득해서 프로그램 소스를 받아낼 생각이었던 듯 한데 별 소득 없이 회의를 마치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1주일쯤 있다가 전화가 왔다.

얘기인 즉, 정보화 촉진 기금이란 게 있는 데 그걸 나보고 따라는 얘기였다. 그럼 그 기금으로 나한테서 프로그램도 사 주고, 개발비로 사용해서 개발을 좀더 하면 좋은 상용 프로그램이 되지 않겠냐는 얘기였다. 그 때의 내게 있어 그런 얘기는 정말 혹하는 얘기였다. 지금이라면, 만약 그걸 따면 내가 독립적으로 하지 뭣 하러 따겠습니까? 라고 한마디 했겠지만, 그때는 그 말을 듣고서 정말 혹했다.

정보화 촉진기금은 한참 불던 벤처붐에 도움을 주려고 나라에서 이자 없이 돈을 빌려주던 제도였다. 당시는 IMF직후라 예금 금리가 15~18% 뭐 이럴 때 였으니까 1억원을 은행에 넣어두면 1년후면 1억1천5백이 되던 시기였다.

회사에서 7억원 정도의 예산을 쓰면 어떻겠냐는 코멘트와 함께 정보화 촉진기금을 위해서 필요한 양식이랑 샘플을 보내줬다. 흔히 말하는 사업계획서라는 것을 쓰기 시작했다. 7억원이라…... 그럼 아무런 일도 안하고 그냥 은행에 넣어만 두어도 1억원이 떨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7억원이 있으면 아버지, 어머니 새벽에 가게 안 나가셔도 되는 돈인데...... 마치, 사업계획서를 잘 써서 7억원을 따면 7억원을 고스란히 내게 줄 것처럼 생각되었다.

한참 프로젝트 중 이었는 데, 사업계획서까지 쓰려니 정신이 없었다. NetZ라는 프로그램을 기반 삼아 만들고 싶었던 것을 정리하고 계획을 했다. 그럴 듯 한 것을 만들고 싶었다. 어쩌면 내게 있어 다시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간만에 사업계획서라는 것을 꺼내서 보니 나름 기특한 생각을 많이 했던 듯 하다. 주된 내용은 'Internet Messaging Platform'을 만들겠다는 거였는 데, Plug-In 방식으로 다른 모듈을 끼워 넣을 수 있도록 Open-API를 제공하고, 자체적으로도 Chatting, Game, PIMS 등의 모듈을 개발하여 광고 수익, Game등의 유료화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NateOn 이나 Google DeskTop이 확장하고 있는 개념을 통해 하나의 Platform처럼 발전하는 그림을 그렸다.

2주 정도 사업계획서라는 것을 썼다. 9월 13일 최종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심사가 완료되려면 한달 정도 걸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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