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Z 이야기

NetZ 이야기 – 2. NetZ 개발하기

글쓰는 프로그래머 2010. 11. 7. 01:01

NetZ 개발하기


NetZ. 지금 생각해도 뭔가 애틋한 느낌으로 떠오르는 이름이다.

NetZ는 개인형 웹 에이전트 프로그램이다. 신문 뉴스도 보여주고, 그룹웨어도 연결하고, 간단한 메시지도 전달했던. 개발을 시작했던 게 98년 2월. 내 나이 28에 시작했던 프로그램이었다. IMF가 시작된 지 얼마 안되어서 회사와 관련된 중요한 뉴스에 관심을 갖고서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인터넷을 뒤지면서 뉴스 기사에 관심을 갖던 시기였다.

하루는, 맨날 이렇게 찾아가면서 볼게 아니라 작업표시줄에 표시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엔 push 기술이 유행하던 시기였다. Marimba & Tango 뭐 이런 솔루션이 있었고, push 기술을 통해 화면보호기를 통해서 뉴스 등의 정보들을 보여주던 프로그램이 유행했다.

이런 push기술을 이용하려면 내가 push 서버를 구축해야 하는 데 그럴만한 돈은 없었고 그냥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이 뉴스 사이트에서 뉴스정보를 읽어와서 보여주는 것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당시에 쓰던 툴은 델파이였는데 인터넷을 통해 이런 저런 라이브러리를 찾고 잡지책에서 기술자료를 찾고 했다. 몇 가지 기술검토를 하고서 개발을 시작했다.

98년 2월부터 8월까지 7개월을 만들었다. 낮에는 일을 했어야 했으니 시간이 없었고, 저녁에 집에 가서 잠시 잠깐, 그리고 휴일에서나 개발을 하다 보니 생각보단 시간이 엄청 많이 흘렀다.

처음에는 뉴스정보만 가져오는 것으로 하다가, 회사 그룹웨어랑 인터페이스하는 기능도 덧붙이고, pop3를 통해서 메일도 가져오게 했다. 짧은 메시지도 주고 받으려고 winpop 기능도 붙였다.

98년 4월에 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 결혼을 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신혼여행도 못 떠났다. 누가 그러시더군. 결혼하는 날에 비가오면 잘 산다고. 잘 살고 있나? 후후……

쓸만하게 만들었을 때가 8월 말. 쓰다 보니 꽤나 괜찮다는 생각도 들었고 홈페이지 하나 만들어서 배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 ㅎㅎ - 홈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콘도 새로이 디자인하고, 홈페이지에 로고화면도 만들고 그러면서 1달을 보냈다.

98년 10월 첫째주인가? 둘째주에 홈페이지를 오픈했다. 그 후 한 달간 다운로드수가 모두 100개였나? ㅋㅋ 정말 인기없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11월 초에 '전략적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 이라는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그때 영업 시스템의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었는 데, 사람없다고 유지보수는 유지보수 대로 하고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대신 PC유지보수 하던 업무가 다른 분한테 이관되었다.

같은 시기에 대구의 벼룩신문 기자분한테서 메일이 왔다. 프로그램을 잘 쓰고 있는 데 자기네 신문에 프로그램 소개기사를 실어도 좋겠냐는 내용이 있었다. 나야 고맙지. ㅎㅎ 안 그래도 사용자가 없어서 맘 아프던 차였는데.. ㅎㅎ. 기자분한테 "실어 주시면 고맙다"고 메일을 쓰고 2주정도 흐르니 신문이 우편으로 배달이 되었다. 이달의 프로그램 소개란에 프로그램이 실렸다.

그 다음주부터 하루에 다운로드수가 20회 ㅎㅎ. 하루에 10개 채 다운로드 되지 않다가 ㅋㅋ. 다운로드 수 100% 신장되었다. ㅎㅎ. 그러고서 년말이다 뭐다 해서 잊고 지냈다. 나도 프로젝트란걸 해야 하니까…… ㅋㅋ

99년 1월이 되었다. 메일이 왔다. 프로그램 잘쓰고 있다고, 그런데 무슨 버튼을 눌렀는데 버그가 있다고…... 1달여를 잊고 지내다가 이런 메일을 받으니 맘이 새로 왔다. 내 프로그램도 팬이 생긴건가? ㅎㅎ

프로그램 버그를 고치고서는 메일 줘서 고맙다고 정성스레 회신 메일을 썼다. 정말 고맙다고 느꼈다.

잡지책에 프로그램이 실렸다. 인터넷을 잘 쓰기 위한 30개 프로그램에 실렸다. 큰 잡지사라서 그런가? 나한테는 전혀 연락도 없더니 실었다. 우연히 잡지책에 실린 것을 보고서 알았다. 이렇게 싣게 되면, 잡지책이라도 한 권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프로그램 소개해 주는 사이트에도 실렸다. 누가 정성스럽게 프로그램을 분석해서 써 줬더만. 고마웠다.

하루에 다운로드 건수가 100건이 되더니 어느 날엔가는 1,000건이 넘게 되었다. 드디어 내 프로그램도 뜨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계속해서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했다. 계속해서 메일도 왔고, 프로그램을 고치는 속도보다 프로그램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해 오는 수가 많아서 요청관리를 엑셀로 해서 관리해야 했다.

홈페이지에 게시판도 만들었다. 프로그램을 공짜로 쓰게 해줘서 고맙다, 무슨, 무슨 기능은 개선이 필요하다. 뭐 그런 류의 글이 쌓였다. 내 프로그램의 사용자와 대화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물론 이게 공짜프로그램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만약 그 분들에게서 돈을 받았다면 아마 짜증 섞인 글을 봤어야 했을 것이고 그다지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을 것이다.

99년 4월, 큰애가 태어났다. 새벽녘에 간호사가 내 아기라고 데려다 주는데 정말 이 아기가 내 아이가 내 아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너무 작고 눈도 채 못 뜬 쭈글쭈글한 아기였다. 그러던 녀석이 저렇게 컸다니. 세월이 참으로 많이 흘렀다. 그때부터 정말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뱃속에 넣고 있을 때가 편하다더니. 정말 잠 못 이루는 밤이 하루 이틀이 아녔다.

6월에는 중이염으로 무척 아팠는 데, 아파서 우는 아기를 안고서 있노라니, 아픈 애를 위해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에 참으로 내가 무능력하구나 라고 느꼈다. 가슴이 미어진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이때 처음 알았다.

이때쯤 회사 게시판에 내 프로그램을 올렸다. 굳이 회사에 내 프로그램을 광고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사용자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는 게 하루의 즐거움 중의 하나였으니까 조금이라도 사용자가 늘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물론 어디서 다운로든 받은 듯이 올렸는 데, 업데이트 할 때마다 올렸더니 누군가 내가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으로 생각했나 보다.

아주 나중에 들었는 데, 사장님과 젊은 주니어들이 함께 얘기하는 자리에서 대리 한 분이 얘기를 AutoAuto라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얘기를 했었다는 데, 그 분이 또다른 자리에서 AutoAuto를 개발한 사원이 NetZ라는 것도 개발했다라고 얘기를 하면서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림 4 PC사랑 199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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